지난 2월, 급하게 담양 여행을 갔던 적이 있습니다. 2월 말쯤이라 한파도 어느정도 풀려서 담양 창평국밥을 먹으러 다녀왔는데 국밥거리 바로 앞에 창평시장이 있거든요. 배가 너무 불러서 산책삼아 둘러보다가 탐스러워 보이는 버섯이 있어서 한봉지 사왔습니다. 제가 관심있게 쳐다보니 상인분이 양심껏 키웠다며 바로 먹어보라고 생으로 주시는데 그 식감이 참 독특했거든요. 아삭? 쫄깃? 그 어딘가에 있던 그 식감.. 그래서 뭐라도 해먹겠지 싶어 한봉지 사다가 참송이버섯볶음을 만들어봤어요.
이렇게 한봉지가 만원. 이름처럼 송이랑 비슷하게 생겼고 향도 굉장히 진합니다. 참송이는 송이버섯과 표고버섯을 개량해서 만든 신품종이라고 하는데요. 집에와서 찾아보니 베타글루칸 성분이 많아 면역기능과 항암에 효능이 있고 식이섬유도 풍부하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시장에서 저렴하게 파는 거라 완전 상품은 아니었고요. 중품~하품 사이즈음 인데 집에서 반찬 해먹기는 더할나위 없지요. 참송이버섯은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고기 구울 때 옆에서 구워도 맛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볶음을 택했어요. 맛있는 버섯은 오로지 기름 + 소금만 있으면 그 향과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가장 기본적인 요리를 택했는데요. 결과는 대성공! 식감이 정말 좋은 참송이버섯볶음이 되었답니다. 진짜 이 식감을 뭐라 말할 수 없어요. 아삭도 아니고 쫄깃도 아니고 서걱? 쫀쫀? 아무튼 굉장히 좋습니다. 그동안 먹어본 만원대의 버섯 중 단연코 가장 맛있었어요.
참송이버섯은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송이버섯과 표고의 개량형인데 아무래도 송이버섯이 비싸고 귀하니까 보급형 느낌으로 개량한 버섯인 것 같아요. 표고버섯 보다는 기둥이 길어서 송이와 가깝고 갓은 표고랑 비슷하게 생겼네요. 송이버섯처럼 닭고기 찢듯이 찢어지고 향도 은은한 솔잎향이 도는 느낌입니다. 기둥에 겉부분도 나무껍질처럼 생겼지요?
자고로 버섯은 물에 씻지 않고 조리하는게 가장 좋다고 하지요. 그래서 바로 지저분한 밑둥만 자르고 마른 수건으로 훌훌 털어서 조리합니다.
갓에 살짝 칼집을 내보니 기둥은 이렇게 쭉 찢어져요. 정말 닭고기 결과 비슷하죠? 닭가슴살 찢으면 바로 이런 느낌이죠.
대충 숭덩숭덩 찢어서 한입 크기로 만들어줍니다. 밑둥을 자르니까 훨씬 깔끔해졌어요.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릅니다. 그냥 볶으면 타니까 식용유는 필수에요. 나중에 부족하면 더 넣으면 되니까 일단 타지 않을 정도로만 넣어줍니다. 너무 세지 않게 불을 키고요.
손질한 참송이버섯을 올리고 숨이 죽을 정도로만 볶으.. 려는 계획이었는데 다른 버섯처럼 확 숨이 죽진 않더라고요? 다른 버섯처럼 수분이 낭낭하게 나오지도 않고 딱 익었다! 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변화는 없어요.
당황.. 했지만 당황하지 않은척 소금을 뿌려봅니다. 자고로 버섯이 간을 먹으면 수분을 뱉기 마련이니까요.
소금을 뿌리고 식용유가 부족해보이면 조금 더 뿌리면서 몇 분 볶았어요. 소금의 양은 간을 보면서 가감하면 되는데 향이 좋아서 조금만 넣어도 먹을만 했어요.
역시 소금 간을 하니 숨이 죽는 느낌이 드는군요. 부피가 확 줄어 들었어요.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평소라면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둘렀겠지만 참송이버섯에는 기름은 사양이에요. 버섯 그대로의 향이 좋으니까요.
서걱 쫄깃한 참송이버섯이 완성 되었어요. 이게 한봉지에서 반만 덜어서 볶은거라 한 번 더 해먹었네요. 익히면 더 쫄깃해지는 식감이라 진짜 송이버섯의 맛은 어떨까 더 기대되는 맛이었답니다. 진짜 송이버섯을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색감도 참 예쁘지요? 오래간만에 나선 담양 창평시장에서 귀한 경험을 한 느낌이에요. 처음엔 그저 호기심에 사온 참송이버섯이었는데 맛을 한 번 보니 수도권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마트에 가면 늘 보는 흔한 버섯만 먹다가 생소하지만 향긋하고 맛있는 버섯을 보니 반가울 수 밖에요. 부디 다음번 여행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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